사진전: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광복 80주년 기념 사진전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2025년 4월 11일 – 7월 11일
이형록 HyoungRok LEE
홍순태 HONG Soontai
한정식 HAN Chungshik
김기찬 KIM Kichan
이갑철 Gap Chul LEE
구본창 Bohnchang KOO
방병상 BANG Byungsang
안세권 AHN Sekwon
금혜원 Hyewon KEUM
김태동 KIM Taedong
박찬민 Chanmin PARK
송영숙 Youngsook SONG
12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 80년,
광복과 전후 재건, 그리고 <서울의 찬가> 그 이후
서울은 이제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적인 메가 시티(mega–city)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인구 천만 명을 넘는 도시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서울은 한국의 정치, 경제적 역량과 문화가 집중되고 그 힘이 전세계로 발산되는 한국의 수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권력과 자본 그리고 엄청난 양의 정보가 서울을 통해 확산되고 해외의 그것들이 서울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500년 그리고 그 이후 100여 년 동안 한반도의 중심이었던 서울은 세계의 어느 대도시 못지 않게 파란만장한 굴곡의 역사를 짊어졌다. 정변의 무대였고 제국주의의 각축장이었다. 옛 것과 새것, 진보와 보수가 갈등하는 현장이었고, 현기증 나는 산업화, 현대화의 실험장이었다. 이러한 갈등과 충돌의 과정의 통해 서울은 빠른 속도로 세계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서울의 구심력에 빨려 들었고, 서울의 원심력은 경기도 일원을 삼켜버렸다. 도시 전역에서 일어난 파괴와 건설의 중첩은 광기적 양상을 띠어 수도 서울의 전통적 양상은 아주 적은 흔적만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하여 600년의 시간은 묻히고 스러지고, 버림받아 서울의 외관은 신생도시의 양상을 띠었다. 겹겹이 쌓인 역사의 지층들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신흥 계획도시를 닮아만 갔다. 과다한 도시계획과 과도한 도시개발의 결과로 서울은 시간의 주름을 은폐했고, 역사의 상흔을 엄폐했다. 그리하여 과거의 서울, 서울의 과거는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져 갔고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마침내 서울은 조상의 화석도 없고 나이를 가늠할 신체의 흔적이 없는 기이한 공룡의 도시가 되었다. 마치 성체로 태어나 성장만을 계속하는 도시의 괴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이 과거 없는 메가 시티로 변한 결정적 계기는 한국전쟁의 폐해, 그리고 그 후 사회복구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1960년대 경제개발 정책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성과가 1960년대 후반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하자 한국인들은 정치, 경제, 문화의 유일무이한 중심지인 수도 서울로 몰려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기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서울에서 새 삶을 영위하려는 의지에 불탔다. 가난했던 과거와 수치스런 과거를 서울에서 만회하고 보상 받으려는 열정에 개인의 삶을, 가족의 삶을 내맡겼다. <서울의 찬가>가 패티김의 불후의 명곡으로 자리 잡을 즈음, 서울은 마천루를 통해 수직으로 상승했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통해 강남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성장과 확장 이면에는 조각난 시간과 공간의 균열도 쌓여만 갔다. 전통의 도시는 사라져갔고, 도시의 소외는 커져만 갔다.
사진 기획전 《Mega Seoul 8 Decades 서울에서 살으렵니다》는 서울의 수복과 한국전쟁, 전후재건을 겪은 1950년대부터 <서울의 찬가>가 유행했던 1960년대를 거쳐, 1980년대 올림픽 개최와 해외 문화의 유입 속에서 인구 천만을 넘어선 서울의 변천사를 조명한다. 상호 이질적인 경향들이 공존하며 충돌하는 서울의 80년을 사진작가 12인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전시회다. 전통이 몰락하고, 파괴와 건설이 끊임없이 일어난 수도 서울의 모습을 원로, 중견, 신진 작가의 사진적 시선을 교차시키는 전시회다.
서울 토박이건, 지방 출신이건 참여 작가 모두에게 서울은 친숙하면서도 낯설며, 자기 삶의 터전이면서도 타인의 땅과 같은 거대한 공간이다. 따라서 이 복잡다단한 공간에 대한 경험과 이해는 개인적이고 국지적이며, 그들이 포착한 서울의 모습은 각기 상이하고 개별적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시선에는 각자에 고유한 아이러니와 향수가 배어 있기도 하며, 그들의 카메라는 서울이라는 공간의 모순에 날 선 시선으로 혹은 냉정한 초연함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감성과 지성의 사진언어로 무장한 그들의 작업은 80년의 서울을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생생한 흔적의 기록들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에 익숙하지 않은 오스트리아 현지 관람객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서울의 역동적인 모습과 그 이면에 자리한 공간의 부조리를 함께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료 입장
개막식: 2025년 4월 10일, 18시 / 특별 축하 콘서트 - 양제경(소프라노), 이혜원(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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